벨기에 대사 부인 면책특권
벨기에 대사 부인이 옷가게 뺨을 때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또 벨기에 대사 부인 폭행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CCTV 영상이 20일 공개됐습니다. 주요 언론들이 공개한 벨기에 대사 부인은 피터 레스쿠이 주한 벨기에 대사 부인 A 씨로 알려졌습니다. 네이버나 구글 등에서도 벨기에 대사 부인 얼굴을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언론에 노출도 됐던 분인데요. 벨기에 대사 부인 국적은 중국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을 벨기에 대사 부인만의 잘못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과연 벨기에 대사 부인만의 잘못일까?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 9일입니다. 용산구 한 옷가게에서 벌어졌습니다. 이날 벨기에 대사 부인은 해당 옷가게에서 한 시간 가량 머물며 옷을 여러 차례 착용해봤고 결국 제품은 구매하지 않은 채 매장을 빠져나갔습니다.
그런데 벨기에 대사 부인은 이날 이 옷가게에서 판매 중인 옷과 흡사한 옷을 입은 채 방문했다가 돌아갔고 직원이 판매 중 옷을 입고 나간 것으로 착각해 쫓아가 "입고 있는 옷이 매장에서 파는 옷과 비슷하다. 혹시 결제하지 않고 입은 게 아니냐"라는 식으로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상황에 화를 참을 사람 몇이나 될까?
그러나 벨기에 대사 부인 국적은 중국인입니다. 중국어로 말하자 옷가게 직원은 알아듣지 못했고 영어로 "죄송하다"라고 하며 벨기에 대사 부인 재킷 왼쪽 라벨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옷가게 직원은 다시 매장으로 들어왔지만 벨기에 대사 부인이 쫓아와 실랑이를 벌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보도된 내용 즉, 한쪽의 주장입니다.
확인 과정이 1분도 채 안 되는 시간이었겠지만 벨기에 대사 부인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이 나빴을 겁니다. 이건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떠나 누구라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해서 무시당했다', 부자인 사람은 '명예를 훼손했다' 등 누구든 자신이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쉽게 버릴 수 없을 것입니다.
말리던 직원 때린 건 큰 잘못, 제대로 사과해야...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에서 폭행이 벌어졌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옷을 확인한 옷가게 직원이 카운터로 돌아가자 머리 끝까지 화가 난 벨기에 대사 부인은 이 직원을 끌어내리려고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이를 말리던 다른 직원은 되려 왼쪽 뺨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무슨 말이 서로 오갔는지 표정은 어땠는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요.
말리던 직원 뺨을 때린 건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하지만 벨기에 대사 부인이 권위를 무기 삼아 횡포를 부렸다고는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근로자들이 언제든지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손님이었던 벨기에 대사 부인 입장에서는 권위를 떠나 무척이나 자존심이 밟혔을 것입니다.
때린 것 잘못, 하지만...
하지만 이 사건은 마치 벨기에 대사 부인이 아무 이유 없이 또는 무조건 참아야 했던 상황인 것처럼 갑질 횡포로 둔갑되어 있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물론 끝까지 분을 참지 못하고 뺨을 때린 건 잘못한 것입니다. 하지만 갑질이나 횡포, 원인제공을 벨기에 대사 부인이 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도둑 취급을 받았는데 누구라도 머리 끝까지 화가 나지 않았을까 싶네요.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과연 매장 밖으로 나간 손님을 도둑 취급하는 것도 근로자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볼 수 있을까? 매장 밖으로 나가기 전에 왜 미리 확인하지 못한 것일까? 모든 손님이 매장에서 파는 옷과 비슷한 옷을 입고 나가면 쫓아가서 확인할까? 물론 화난다고 폭행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그럼 반대로 화가 나게끔 만든 사람은 과연 잘못이 없다고 볼 수 있을까요? 그리고 벨기에 대사 부인은 '외교관계에 관한 빈 협약'에 따라 우리나라에 파견된 외교사절과 그 가족은 면책특권 대상입니다. 따라서 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