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암, 두 딸은 희귀병" 수원 세모녀 비극
경기도 수원시 다세대 주택에서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는 세모녀가 암과 난치병 등 건강 문제와 생활고로 벼랑 끝에 몰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수원 세모녀는 투병 등으로 고된 생활을 하고 있었지만 어떤 이유인지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서비스 등도 전혀 신청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수원시와 화성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50분께 수원시 권선구 다세대 주택에서 여성 시신 3구가 발견됐다. 발견된 시신은 상당 부분 부패가 진행돼 신원 확인조차 어려운 상황이었고 경찰은 정황 증거를 토대로 숨진 이들이 해당 주택에 거주하던 60대 여성 A씨와 두 딸이며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했다.
병원비 때문에 월세도 못내
현장에서는 건강 상태와 경제적 어려움을 비관하는 내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유서에 따르면 60대 여성 A씨와 두 딸은 모두 투병 생활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암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었고 두 딸 역시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었다.
병원비 때문에 보증금 300만 원에 40만 원인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할 때도 있었고 이들에게 도움을 줄 친척이나 이웃도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가족은 원래 5인 가구였으나 수년 전 남편과 아들이 지병으로 세상을 떠나면서 세모녀만 남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생활수급 상담 조차 안했다
이들은 지난 2020년 화성을 떠나 수원에 위치한 작은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했고 전입신고는 따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하루 대부분은 바깥출입 없이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해왔고 지자체에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서비스를 상담하거나 신청한 적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이들이 자신들의 생활고를 알렸다면 상황에 따라 월 120만원의 긴급생계지원비나 긴급의료비지원, 주거지원 등을 받았을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로 A씨 가족 위기는 공공 시스템상에 포착되기는 했으나 실제 거주지와 주민등록상 주소지가 달라 지원이 이뤄지지 못했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수원 세모녀
화성시에 따르면 A씨 가족은 건강보험료 16개월 치를 체납한 사실을 확인했고 지난 3일 A씨 주민등록상 주소지를 방문했으나 실 거주지가 아니라 연락이 닿지 않았다. 현재 정부는 서울 송파구 석촌동에서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공과금 체납, 단전, 단수 등 33가지 항목을 측정해 위기 가구를 방문하고 있다.
하지만 수원 세모녀 전입신고가 되지 않은 탓에 지자체도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경찰은 전날 문이 잠긴 세입자 방에서 악취가 난다는 건물 관계자의 112 신고 접수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수원 세모녀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외부 침입 흔적이나 외상 등은 없었고 경찰은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인과 사망 추정 시간 등을 밝혀낼 계획이다.